고립된 섬, 단 삼일간 열일곱명이 사라졌다
파헤칠 수록 꼬여간다.
사람들이 사라졌다. 사건만 남긴 채...
모두가 피해자, 용의자, 목격자. 범인은 우리 안에 있다.
1986년, 어느 바닷가에서 부패한 사람의 머리만이 발견된다. 이 머리의 주인이 극락도의 주민임이 밝혀지고, 수사관들이 섬을 방문한다. 그러나 섬에 살고 있다던 17명의 주민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를 지닌 극락도 살인사건은 이렇게 시작한다.
영화는 이제, 시체의 머리가 토막난 이유, 즉 사건의 시작으로 되돌아가서 진행된다. 평화로운 섬, 극락도. 17명의 주민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이 섬에서 가장 눈에 띠는 인물은 섬을 위해 애쓰는 젊은 보건 소장, 제우성(박해일). ^^ 그리고 마을의 젊은 여선생, 장귀남(박솔미)이다. ^^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마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화투를 치던 송전기사 두 명이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함께 화투를 치던 유력한 용의자, 덕수는 실종되고 만다. 과연 덕수는 어디로 가고, 누가 살인을 한 것이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사건에 대해 추리를 시작하고, 제우성과 장귀남은 각각 추리를 내놓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우성은 마을에서 전해내려오는 열녀귀신의 흔적이 묻어있는 바닷가 동굴에서 덕수의 토막난 시체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시체는 이미 머리가 파도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진 뒤다. 사라진 머리가 나중에 바닷가에서 발견된 머리라는 걸 알 수 있겠다.
그렇게 사건이 일어나고,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을 때쯤.... 우연히 마을 주민 춘배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 듯한 쪽지를 발견한다.
마을 이장이 들여놓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여놓았다는 쪽지... 과연 이 쪽지는 누가 남긴 것이며, 과연 이장이 들여놓은 것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극락도 살인사건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유명한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영화 '아이덴티티'와 흡사한 면을 보여준다. 고립된 곳에서 차례차례 사람이 살해되는 구성부터, 추리라는 형식을 도입하여 극이 진행되는 것까지.
따라서 이 영화는 소재나 진행부터가 굉장히 흥미롭고, 극에 몰입하게 하는 능력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중반부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즉, 극의 '표현과 과정'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개연성'을 상실해 버린 것이다.
미스터리 영화나 소설의 완성도는 극의 개연성, 그리고 극의 '진전~'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사람이 죽어나가는 사건이라면 그 사람이 왜 죽어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주거나, 아니면 아예 감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의 정체에 대해 조금씩 알려줘야 한다는 점이다. 미스터리의 페어플레이 정신!
곧, 사람이 죽는 것이 예견된 다음에 그것이 현실이 되거나, 아니면 밤새 일어나보니 사람이 죽어다는 것. 이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이뤄졌는지 중간중간 사건해결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관객이 예상한 것을 극의 마지막에 가서 여지없이 깰 수 있어야 미스터리, 그리고 반전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수수께끼는 누구나 '아! 맞다! 그렇구나!'라는 감탄이 나오게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극락도 살인사건은 사람이 죽는 과정을 너무도 어이없게 보여주고 있다. 그저 우연에 의해서, 귀신에 의해서 죽어나가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영화가 이미 사다코(영화 '링'에 등장하는 귀신)가 주인공이 아니고, '전설의 고향'이 아닌 이상, 범인이 존재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열녀귀신이나 아버지나 아들의 혼령, 기타 여러 우연에 의해 살인이 벌어진다고 관객에게 표현하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 미스터리 영화에서 어떻게 관객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고 극을 진행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반문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영화 '아이덴티티'를 통해 대답해보고자 한다. 영화 '아이덴티티'는 고립된 모텔에서 차례차례 등장인물들이 죽어나가는 내용을 지닌 영화다. 이 영화에서는 시체가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아니면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순간이동을 한 듯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장면이 곳곳에 보인다. 한마디로 극을 보면서 '어? 저건 왜 저러지?'라고 느낄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이러한 점에 집착하여 극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일은 전혀 없다.
즉, 그 중간중간 끊어진 장면에 대해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하고, 추리하게 하면서 극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극락도 살인사건은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너무 '적나라'하게 '과정'으로 드러나 있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 추리'하게 하는 권리를 빼앗앗고,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왜 저렇게 어이없이 죽을까?'하는 의문만 남게 만들었다.
물론 이러한 어이없는 죽음에 대한 해답은 영화의 마지막에 제시된다. 왜 그렇게 '어이없게 마을 주민을 대량으로 죽여야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과연 그 설명이 반전~, 혹은 미스터리~ 영화로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그저 '아~ 그랬구나~'라는 설득의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여겨본다.
물론 이러한 한계점 외에는 매우 괜찮은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의 결론에 따르면 보건 소장이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모두 치웠고, 그래서 수사관들이 마을에 왔을 때는 마을 주민이 '실종'되었다고 판단한 것인데... 왜 시체를 치워서 '살인'이 아니라 '실종'이 되게 만들었을까? 어차피 한 명을 살려줌으로 인해 '실종'이 아니라 '살인'이라는 게 확실한데 말이다.
영화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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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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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귀신은 극중 성지루에게만 보인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그것'의 효과가 성지루에게는 귀신, 꼬마에게는 '아버지'로 나타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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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참 맛나게 쓰십니다.
예전 감상했을 때로 되돌아가 보았습니다.
몇가지 의구심이 드는 영화였지만 배우들의 열연도 보이고 좋았었습니다. -

